일요일에 한강으로 운동을 갔다가 지갑을 잃어버렸다. 덕분에 주민등록증을 비롯한 신분증 일체, 학생증, 신용카드와 현금 5만원이 동시에 수중에서 사라졌다. 혹시나 누가 찾아주나 했는데 나쁘게 살았는지 그런 소설같은 일은 없더라.

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학생증, 신분증이 없으니 불편한 일이 많았다. 신용카드도 없으니 당장 발이 묶여버렸고.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신청하러 갔더니 증명사진을 찍어오랜다. 운전면허시험장은 멀어서 학교가 있는 날은 가지도 못했다.

금요일은 학교가 없으니 오늘 한 번에 처리할 요량으로 어제 저녁 하교하고 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에 다녀왔다. 최근에 나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볼살이 뒤룩뒤룩 오른데다가 머리까지 이상하게 잘라놔서 정말로 사진은 찍고 싶지 않은데 빨리 처리해야하니 울며겨자먹기로 사진을 찍고 왔다. 오늘 아침 사진을 받아서 우선 주민등록증부터 신청하러갔다. 아 참고로 삼성카드는 분실신고하고 재발급 신청하면서 빨리 해달라고 했더니 분실신고부터 정확히 23시간만에 내 손에 쥐어주더라. 돈의 힘이란…

주민등록증을 신청하면서 임시주민등록증이 있는데 발급받겠냐고 물었다. 아무 생각없이 네 라고 했는데 이게 나중에 나를 살렸다. 받고보니 발급신청확인서. 발급까지 3주 정도 걸리고 수수료를 5천원 냈다.

그렇게 나온 발급신청확인서를 들고 강남면허시험장으로 갔다. 딱히 출퇴근시간도 아닌데 여전히 사람은 많더라. 3시 16분 쯤 도착했는데 표 뽑고 서류작성하고 기다리다보니 대기인원이 70명 가량… 다행히 창구가 9개 정도 열려서 30분 정도만에 접수할 수 있었다. 접수하면서 본 대기인원은 정확히 100명… 꽤 빠르게 처리하고 있는데도 워낙 사람이 많이 몰리더라.

재발급 신청을 하는데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더라. 발급신청증명서 안 들고 왔으면 큰 헛걸음 할 뻔했다. 발급신청서를 제시하니 신분증으로 인정, 재발급 처리를 해주었다. 재밌는 건 사진을 붙여서 재발급신청서를 제출했는데 보더니 사진을 바꿔주냐고 물었던 점. 원칙은 이전 사진으로 하는 거지만 붙여서 제출하셨으니 부득이하게 원하시면 바꿔드린다고 하길래 그냥 원칙대로 해달라고 했다. 흠 그냥 바꿔달라고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.

이래저래 하니 5분 뒤에(?) 1번 창구에서 면허증 교부받아 가라고 안내를 받았다. 발급 신청 접수부터 발급˙교부까지 5분이란다. 황당해서 시간을 재어보니 5분도 아니고 3분 만에 교부되었다. 그렇게 신분증 부분을 해결했다. 나오면서 문득 든 생각은 운전면허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직접 와서(어차피 나는 서울에 사니까) 해결하는 게 낫겠더라는. 이제 이걸로 월요일4공강… ;ㅅ;에 은행가서 학생증이랑 계좌만 연동시키면 될 것 같다.

나는 딱히 술 먹을 일도 없고 사람들이랑 왁자지껄하게 만날 일도 없으니 지갑을 잃어버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덕분에 좋은 경험 했다. 다만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처리에 신분증을 요구하는 건 무슨 경우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. 동사무소이것도 명칭이 바뀐 모양이던데 주민센터였나에서도 본인 확인을 내 오른손 엄지 지문으로 하던데 그런 걸로 본인확인하면 안 되나 싶었다. 다 제쳐놓고 컴퓨터가 인간을 바둑으로 이기는 세상에 플라스틱 쪼가리가 없어서 내가 나인 걸 확인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.

그리고 재발급 신청하는데 사진을 요구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고 한 것도 웃기기 짝이 없는 대목이다. 내 십지 회전지문은 저장하고 있으면서 내 주민등록증 사진을 저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, 참으로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. 여러모로 불편하고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걸 또다시 확인한 사건이었다고 평가한다.